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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2026년 04월 22일 2026년 04월 24일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부터 본다. 햇빛이 비치면 안심이 된다. 그래도 태양전지판은 아직은 쓸만하다. 문제는 날이 흐리거나 눈비가 오는 날이다. 어떻게 해서든 전원을 찾아야 한다. 얼마쯤 터덜터덜 걷고 있을 때

 

꼼짝하지 마, 누구야?

 

(두 손을 들며) 누구세요? 전 그냥 로봇이에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그냥 전원을 찾고 있을 뿐이에요.

 

전원?

 

구식 모델이라서 배터리가 하루를 못 가요.

 

그럼, 배터리 있는 곳에서 머물면 되잖아. 넌 음식이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평생 혼자 그렇게 살라고요? 싫어요. 전 엘도라도를 찾고 있어요.

 

너도 엘도라도로 가는 거야?

 

어? 엘도라도를 아세요? 그럼 같이 가면 안 될까요? 그럼 서로 의지도 되고, 말동무도 생기잖아요.

 

내가 로봇하고?

 

저는 주인을 찾고 있어요. 엘도라도로 간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자동차에 저를 싫은 공간이 부족해서 나중에 따라가겠다고 했어요.

 

나는 변기를 찾고 있어.

 

사람은 아무 데나 싸도 되잖아요.

 

아니, 난 안 돼. 무조건 양변기가 있어야 한다고. 양변기가 아니면 똥이 안 나와.

 

똥이 안 나온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어요.

 

배터리 잔량이 얼마 안 남았을 땐?

 

미쳐버리죠.

 

그거랑 똑같아.

 

아, 이해했어요. 배터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힘이 빠져요. 식은땀이 나오고.

 

넌 땀이 안 나오잖아.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쓴 것뿐이에요. 아무튼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금방이라도 멈춰버릴 것 같아서 머리가 하얗게 돼버려요. 그다음에는 선의만 기대해야 하잖아요. 누가 고철 덩어리에 전원 코드를 연결해 주기를. 오면서 그런 로봇을 많이 봤어요. 다들 마지막 자세로 시간이 멈춰버리죠. 표정도 그대로예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제 코가 석 자라서 다른 로봇을 도울 처지가 못 돼요. (반짝이는 눈으로) 저랑 함께 가는 건 어때요? 전 잠을 자지 않으니까 불침범을 설 수 있어요. 가끔씩 고장 나기는 하지만, 누가 공격해도 성처가 나지도 않고요. 분명히 쓸모가 있을 거예요.

 

넌 변기를 찾아주고, 나는 전원 찾는 걸 돕고?

 

네! 우리 같이 가요.

 


2016년 12월 20일~2017년 3월 5일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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