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우체국에 갈 일이 있었다. 가기 전에 신한은행을 들렀는데, 웬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모두 한 곳만을 주시하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노대통령 탄핵 가결'
우체국은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느라 움직임이 없었다. 조용히 등기 우편을 접수하고 나도 텔레비전을 잠깐 쳐다 보았다. YTN 방송에서는 무슨 스포츠 중계를 하듯이 메인 캐스터와 해설자가 이 초유의 사태를 격앙된 표정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영락없는 스포츠 중계석 광경이었다. 그것을 증명해준 것은 바로 이어 나온 국회 회의장의 난장판된 모습이었다. 클로즈업된 화면에서는 검은 양복의 점잖아 뵈는 분들이 밀고 당기고 씨름을 하고 있었고, 중년의 한 여성 국회의원은 뭔가를 계속 떠들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앞머리가 벗겨진 다른 나이든 국회의원은 동료 국회의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정치라도 잘해보려고 좀 하지.'
국민의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한심한 것들'
냉소적인 입속말을 내던지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동료가 "포털들이 다 죽었어." 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나는 어느 사이트 서버가 빵빵한지 시험해볼 수 있었다.
네이버 - 이미지 서버 다운로드, 뉴스 메뉴 먹통
야후 - 뉴스 첫 화면은 뜨지만 상세 내용은 먹통
동아 - 다운(얘네들 서버 빵빵하다고 들었는데?)
조선 - 이미지 없이 텍스트만 있는 화면으로 대체(준비성이 좋군.)
다음 - 메인화면에 고개숙인 노대통령 사진 배치(역시 재빨라.)
기사보다 사이트 상황들이 더 흥미진진했던 점심 시간, 난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한 번 다운돼봤으면."
그랬더니 동료 왈,
"우리도 노대통령 탄핵 올릴까?"
이렇게 한 바탕 웃으며 어처구니없던 3월 12일 점심 시간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