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30일
2026년 02월 07일
시인: 예술가한테 물주가 왜 필요해?
화가: 먹고는 살아야지.
시인: 일을 하면 되잖아.
화가: 그림 그릴 시간을 뺏기잖아. 안 그래도 넘쳐 나는 영감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아까워.
시인: 그래서 몸을 판다고?
화가: 관계는 안 해. 그냥 놀아주는 것뿐이야. 부잣집 사모님께서 돈은 많은데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다잖아.
시인: 그게 놀아주는 거야? 비위 맞춰주는 거지?
화가: 그게 내 재능이야. 난 내가 관심 없어도 상대가 좋아하는 걸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어.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그걸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다니까. 물론 완전히 속일 수는 없겠지만. 뭐, 티가 나겠지. 하지만 그 순간에는 즐거웠잖아. 그러면 된 거야. 거기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것도 아니고.
시인: 그러다가 요구하면?
화가: ......
시인: 거절하지 않을 거잖아.
화가: 어차피 육체는 고깃덩어리일 뿐이야.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잖아. 작가는 작품에 영혼을 새겨 넣으면 돼. 다른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난 상관없어. 쓸모없는 몸뚱어리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시인: (혼잣말 하듯이) 쉬워서 좋네.
화가: (급발진하며)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넌 주경야독하니까 나한테 압박 주는 거잖아. 죄책감 느끼라고. 너나 카프카처럼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라고. 난 가성비 떨어지는 그런 짓은 못 하니까.